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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제민 대표 1,392

[마약범죄 21편] 마약류 사기(2) #차단되었다 #드랍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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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오현의 양제민 변호사입니다.

공학박사 출신으로 과학수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마약사건을 변론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판단으로 마약에 손을 댄 분들이 단약하여

건강한 사회인으로 복귀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본 연재를 시작합니다. "

금전이 오갔지만 마약류는 오가지 않았다?

마약류 거래 과정에서 판매자와 구매자는 신분을 감추고 대화내용이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자, 텔레그램(Telegram), 위커(Wickr) 등 일명 암호화 메신저를 통해 대화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암호화 메신저는 그 보안성으로 인하여 서로의 신상을 알아내기 어렵기에, 판매자가 금전만 받고 구매자와의 대화를 차단하거나 약속한 장소에 드랍하지 않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이와 같이 마약류 거래가 시도되어 금전까지 오갔으나 그 이후에 대화가 중단되거나 드랍되지 않음으로써 결국 마약류가 판매자로부터 구매자에게 이전되지 않은 경우, 거래자들에 대한 처벌이 가능한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거래자들의 변명 – 사기일 뿐이다?

마약류를 구매하려 하였지만 금전만 보낸 채 물건을 받지 못하였다 할지라도, 수사기관은 가상화폐거래소 이용내역 또는 ATM CCTV 등을 통해 구매자를 적발할 수 있는데, 이때 구매자는 ‘판매자로부터 사기를 당해 금전을 편취 당한 사기 피해자’라고 변명할 여지가 있습니다.

만약 구매자의 주장이 그대로 받아 들여진다면 구매자는 마약범죄로 처벌받지 않거나 예비죄 정도로 처벌이 감면될 수 있고, 판매자 역시 단순한 사기범으로 해석되어, 구매자나 판매자 모두 처벌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쟁점 = 실행의 착수

범죄는 그 행위를 ‘개시한 때(=실행의 착수)’와 ‘결과가 발생한 때’로 구분할 수 있고, 그 행위가 개시되었지만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 ‘미수’로, 개시 후 결과까지 발생한 경우에는 ‘기수’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예비죄로 처벌하는 등의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처벌을 받지 않게 됩니다.

결국 어떠한 범죄에 대해 미수나 기수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실행의 착수가 있을 것을 요구하는데, 마약류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 금전이 오갔지만 마약류가 오가지 않은 상황에 있어서는, 마약류 매매의 실행의 착수를 ① ‘금전을 송금하는 시점’에서 인정할 것인지, ② ‘마약류를 이전하는 시점’에서 인정할 것인지, ③ 기타 다른 사정을 고려하여 인정할 것인지에 따라 처벌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판례의 입장

실제로 <인터넷을 통해 알게된 판매책으로부터 엑스터시와 대마를 구매하기 위해 송금하였으나 판매책이 물건을 보내주지 않은 사안>에서 담당검사는 마약류관리법상 마약류 매매 미수로 기소하였고, 피고인이 된 구매자는 판매자가 마약류를 이전하는 행위를 시작하지 않은바 마약류 매매의 실행의 착수가 없다고 변소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매책이 (중략) 매매목적물인 마약류를 소지 또는 입수한 (중략) 상태에 있었고, 피고인(구매자)이 그러한 상태에 있는 판매책에게 그 매매대금을 각 송금하였다면, (중략) 매수행위에 근접·밀접한 행위(즉, 실행의 착수)를 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위 판례에 의할 때, '판매자가 마약류를 실제 판매할 수 있는 상태'라면 ‘금전을 송금하는 시점’에서 실행의 착수가 인정될 수 있고, 판매자가 구매자와의 대화를 차단하거나 장소에 드랍을 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구체적 사안에 따라 구매자, 판매자 모두 마약류 매매 미수로 처벌될 수 있다 할 것입니다.

이번글에서는 '판매자가 대화 중 차단하거나 드랍을 하지 않는 유형'의 마약류 사기에 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다음글에서는 마약류 사기의 또 다른 사례를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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